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초음파급여화를 두고 예상했던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실제 진료에 임하는 관련 학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양달모 대한초음파의학회 보험·정도관리 이사(강동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는 <대한의사협회지> 최신호에 '초음파급여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글을 통해, 초음파급여화는 시행 시작부터 △행위분류 기준 부적절 △저수가 및 행위별 수가 불균형 △수가 산정방법 부당성 등의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168개 행위를 43개로 줄여...진료현장 혼란 초래

초음파 행위를 4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줄인것 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양달모 교수

양 이사는 "초음파 행위분류를 살펴보면, 정부는 초음파 관련 학회들이 여러번 회의를 통해 만든 168개의 행위분류를 43개로 인위적으로 줄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렇다보니 현재의 행위분류로는 실제 진료현실에 기초한 행위분류와 다른 부분이 있어 진료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경부초음파'의 경우 하나의 행위로 묶어 수가가 결정되고 있다. 현재의 행위분류로는 경부에 림프절과 같은 종괴가 만져져 초음파를 시행하는 경우, 림프절뿐만 아니라 경부에 위치한 장기인 갑상선, 타액선도 검사해야 하는데 하나의 행위로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의사의 판단으로 경부종괴만 검사하고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결국 갑상선암이 발생했을 때에는 법적인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양 이사는 "경부초음파를 △갑상선초음파 △타액선초음파 △경부림프절초음파 등으로 세분화 하는 것이 진료현장에서의 혼란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검사시간 오래걸려도...비정상적인 수가

수가산정 기준에 있어 왜곡 현상이 발생했으며, 행위별 수가산정의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초음파급여화 수가는 관행수가의 50%로 책정됐다. 그러나 정부는 수가 기준이 2012년 76개 의료기관에서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마련했다고 주장할 뿐, 관련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수가산정에 있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도플러검사나 3D 초음파검사가 추가되더라도 '가산'이 인정되지 않고, 수술방이나 중환자실로 초음파기기를 이동해 검사를 시행하는 이동초음파의 경우도 가산료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양 이사는 "소아 뇌초음파의 경우 뇌경색, 출혈 등을 조기에 진단해 환아의 치료 및 예후에 중요한 정보를 주는 검사로 여러 방향으로 검사하고 대뇌동맥에 대한 도플러검사까지 시행해 검사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중환자실까지 이동해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다른 검사와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수가가 낮아 초음파 검사 행위간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개 검사 시행해도 150%만 적용...무리하게 인접장기로 분류

수가산정방법이 역시 부당하다는 비판이다. 사지관절초음파의 경우 양측에 병변이 있어 양측을 검사하는 경우, 인접 부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각 100%씩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전립선·음경·음낭초음파도 인접장기로 적용돼 두개의 검사를 하더라도 200%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150%만 적용받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양 이사는 "전립선 초음파의 경우 음경, 음낭 초음파와 달리 다른 모양의 탐촉자를 항문에 삽입하는 검사로, 해부학적으로는 인접장기이면서도 검사 특성은 완전히 다른 검사"라며 "무리하게 인접장기로 분류함으로써 추가 검사를 시행해도 그에 준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초음파 수가산정방법이나 행위분류 등에서 실제 진료에 임하는 초음파 관련 학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더 큰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초음파급여의 문제점들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초음파 관련 학회가 공동으로 심도 있게 논의해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의료 질 저하 방지와 의료현장에서의 혼란을 불식시키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